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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시절 처음 농구를 시작 했다.
상계동의 신상중학교에서 동네 친구들과 농구를 하곤 했었는데 세호형이라는 날렵하고 잘하는 가드형이 있었다.
슬램덩크 상양고의 김수겸을 생각하면 딱 맞을 그런 이미지의 소유자였다.
깔끔한 슛폼, 빠른 드리블 그리고 레이업까지... 어릴적 어쩜 동네 농구 스타로써 내 우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당시 세호형은 나보다 4~5살은 많은 형이었는데 대학교 진학을 위해서 공부를 해서인지 농구장에 자주 나오지 않았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고등학교 2학년이었을 거다. 키가 좀 더 커지고 힘도 더 세지고... 농구를 더 잘 하게 됐을 때 세호형을 만났다. 그 상계동 추억의 신상중학교 농구 코트에서...
오랫만에 해서인지 빠르지도 높이 뛰지도 멋있지도 않았다.
그때는 형이 실력이 줄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형은 그대로이고 내 머리가 굵어 졌을 거라고 생각이 든다.
한 때 내 우상이었던 세호형이 내 스크린에 무참히 밀려 나갔던... 그 날의 기억은 평생 내 머릿속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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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점점 따듯해지고 머리는 덥수룩하고 답답했다. 세아 엄마도 천안 이모님댁에 갔고 혼자 뒹굴다가 상계동집 단골 이발소에 들렀다.
이 이발소는 참 대단하다. 내 몇 만원짜리 미용실을 가던 5천원짜리 블루를 가던... 어디를 가도 만족하지 못하지만 이곳에 가면 나는 항상 만족한다. 작고 허름하지만 몇 대째 이발소를 운영하신 다던 사장님 중학교 때부터 다녀서인지 그냥 그곳에 가면 편안하다. 그리고 자리에 앉으면 알아서 다 해주신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알아서 원하는 스타일은 만들어 주신다.
남들이 볼 때 이 이발소에서 자른 나의 스타일이 어떤지 몰라도 자르고 나오는 길에 바라 본 거울은 항상 어린 아이 미소를 만들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곳이다.
중학교 시절 세호형이 있었다면 고등학교 시절엔 기호형이 있었다. 한재석 뺨 때리는 미모의 소유자. 항상 여자들에 둘러 쌓여 인기를 독차지하던 인기남. 기호형이다. (둘다 호자 돌림이네? ㅋㅋ)
이발소에 앉아서 트윗질을 하는데 누군가 와서 안아 준다.
기호형이다.
언제 어디서나 만나도 그냥 어제 만난 사람처럼 편하다. 그렇다고 둘이 특별한 인연이 있고 함께한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다. 그래도 신기하게 서울 어디선가는 한번씩 마주친 신기한 인연이다.
그렇게 안아주던 기호형. 언제 봤는지 기억도 안나는데 우린 자연스런 대화를 한다...
오랫만에 본 기호형 그렇게 한재석 뺨치던 미모는 어디 갔을까... 살이 좀 붙었다. 아저씨 됐다. 직모를 7:3으로 넘겼던 그 스타일이 이제는 옛스럽다.
형도 이제 나이 들었다. 그렇게 많던 여자친구들 이제 지겹단다 ^^
노원역 어디선가 수 많은 여자들에 쌓여 술 한잔 하던 그래서 인사 하기 싫었던(ㅋㅋ) 그 형의 모습은 없고 그냥 아저씨다.
먼저 자리에 앉아서 이발을 시작했다. 앉아 있는 동안 머리 속엔 기호형 생각 뿐이다. 아... 형도 나이 많이 먹었네..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들을 돌이켜 보면서..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혹시 이제 언제 볼지 몰라서 몰래 사진 한장 찍었다;;;
언제인지 모를 소주 한잔을 기약하고 돌아 나왔다.
지난 20년이 스리슬쩍 떠올랐다. 학창시절, 유학시절, 회사생활...
오래된 친구는 내 머릿속 판도라의 상자를 열 수 있는 열쇠 같은 존재 인 것 같다.
브라운아이드소울의 "기다려요" 이 노래가 그냥 듣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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